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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닝 | 듣기 | 청취

카세트 vs 스마트폰: 스마트폰 앱은 찍찍이보다 신박한가?

by Fluentologist 2023. 5. 19.

영어 청취력을 키우는 것에 진지한 학습자들은 카세트 망가질 걱정을 하며 학습하던 시절이 있었다. 카세트 테이프의 특정 부분을 반복해서 듣기 위해 되감기 버튼, 재생 버튼을 누르는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다 보면, 카세트 수명이 단축될 수 밖에 없었으리라.

 

소위 "찍찍이"라 불리던 카세트 플레이어가 영어 학습자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되던 적이 있는데, 재생 버튼이 눌린 상태를 유지하며 되감기 버튼을 조작할 수 있었고, 이 되감기 버튼을 눌렀다 손에서 떼기만 하면 되돌아간 그 위치에서 바로 재생이 재개되는 신박하고 신묘한 물건이었다. 이것을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 사이에는 크나큰 학습 효율의 차이가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무엇이든 하는 세상이다. 카세트로 공부하던 시절 얘기가 생뚱맞게 들릴 수 있겠다. 사실 정작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것이다. 영어 리스닝 훈련에 한정했을 때, 스마트폰 앱이 데스크탑/랩탑 상의 소프트웨어 비해 신박하고, 신묘하며, 더 나은 학습 효율을 보장하는가?

 

카세트 시절의 찍찍이는 명백히 그러했다. 프로자이너의 LC 마법사니 Current English(권희섭 씨가 활동하던)의 CE-Tool이니 하는 리스닝 훈련 전용 소프트웨어가 등장하여 컴퓨터를 이용한 청취 학습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 전에는 찍찍이 카세트가 컴퓨터보다도 여러 면에서 우월한 도구였다. 구간 반복 기능이 탑재된 MP3 플레이어들도 찍찍이의 조작성을 결코 따라오지는 못했다.

 

물론 미디어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른 도구들에 자리를 양보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지만 말이다.

 

스마트폰의 앱 특히 콘텐츠와 유기적으로 결합된 형태의 앱이 기존 콘텐츠와 도구들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영어 학습 환경을 끊임 없이 개선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 활용한 앱들의 등장이 영어 학습의 효율성 향상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 기대도 된다.

 

그렇지만 구간 반복을 통해 자신의 영어 청취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개선할 수 있는 면에서는 스마트폰은 아직 데스크탑 소프트웨어를 따라오지 못한다. 결국 학습자는 자신의 학습 목표와 상황에 따라 도구들을 적절히 조합하여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넷플릭스의 구간 반복 기능을 활용하는 걸 비법으로 소개하는 것을 가끔 접하는데, 팟플레이어를 적절히 활용해 본 사람이라면, 넷플릭스로 진지한 청취 훈련을 하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시도인지 잘 안다.

 

도구가 세상에 나온 시기는 크게 상관이 없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영어 청취 학습을 위한 최고의 도구는 팟플레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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