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휘 | 단어 | 표현

2천 단어면 영어가 된다는 환상

by Fluentologist 2023. 5. 19.

결론부터 말하자면, 2천 단어만 알아도 충분하다고 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소리이며 일종의 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 행세를 하는 사람들이 왜 중요한 것들에 대해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2천 단어 정도는 속속들이 알고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줄 알아야겠다 라고 마음을 먹는 것이 미래의 자신을 위해 좋을 것이다.

 

우선, 2천 단어 정도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영어의 80%를 커버한다느니 하는 말부터 살펴보자.

 

입장을 바꿔서 내가 하는 말 속의 단어의 80%만을 아는 사람과 대화하면 과연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한가? 원어민과 대화를 나눌 때, 원어민이 하는 말을 알아듣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나는 내 할 말만 대충 할 수 있으면 된다는 심보인가?

 

일상적인 대화를 전제로 할 때, 대략 1만 단어 정도는 알아야 자연스러운 대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좀 더 범위를 넓혀 다양한 상황을 소화하려면 2만 단어 정도는 목표로 삼고 영어 공부를 하든 훈련을 하든 해야할 것이다.

 

물론 과거에 단어를 사용할 줄 아는 것에는 노력도 관심도 없이 독해용 단어 수만 늘리는 것만 중시했던 때가 있었기에, 2천 단어에 대한 강조 자체가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우선 순위를 세우는 측면, 틀린 학습 방법에 대한 비판 측면에서 이루어져야지, 단어 학습에 대한 헛된 환상을 심어주는 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본인이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는 것,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심지어는 하는 않는 편이 좋은 것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한국 영어판에는 많다. 자신이 x개 혹은 y개 단어 수준의 어휘력을 갖추었고 그것으로 크게 불편함을 못 느끼기 때문에 그 이상의 단어는 필요 없다고 설파한다. 사전도 찾지 말라 한다. 자신이 영어의 각 음소를 구분하여 발음할 줄 모르기 때문에 단어의 음가를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한다. 몰라도 말이 잘 통한다고 하고,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들이 정확한 발음으로 단어를 익히든 말든 큰 관심이 없다.

 

2천 단어에 관한 주장이든, 영어 발음에 대한 의견이든, 어휘 확장이나 독서나 사전을 찾는 것에 대한 조언이든, 학습자 입장에서는 과연 그 주장이 최소한 앞뒤가 맞는 이야기인지 정도는 분간을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의 영어 학습 환경은 학습자 자신이 정신 바짝 차리고 최소한의 분별력을 갖추지 않으면, 열심히 해보려는 사람일 수록 돈 버리고 맘 버리고 몸도 버리게 되는 기이한 일을 겪기 쉽도록 형성되어 있다. 심지어 허위 광고, 과장 광고에 대한 비판을 해도 기업이 (사과는 커녕) 명예 훼손이니 영업 방해니 하며 도리어 고소를 하는 일도 있다.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조금만 하다보면 다단계 판매 시장보다 더 괴이한 것이 바로 영어 교육 시장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Random Post